[2000년 11월 12일 자애롭기를 기억함(수원 스테이크장단 메시지)]

2000년 11월 수원 스테이크장단 메시지

늘 수고하시는 신권지도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 후반기 수원 스테이크 대회는, 여러 지도자들과 회원들의 노력과 신앙의 행사를 통해 참으로 훌륭한 대회가 되었습니다.  회원 방문, 청소, 시설, 안내 등 모든 분야에서 준비에 함께 해 주신 여러 회원들 덕분에, 이번 대회는 무려 450명 이상 참석한 우리 수원 스테이크 대회 역사상 가장 많은 회원들이 참석한 대회가 되었습니다.  방문하신 와드/지부의 지도자들과 회원들께 감사를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참으로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최근의 우리 나라의 경제 상황이 매우 어려운 상태이며, 이에 따라 회원 여러분들의 가정에도 어려움이 있으리라 예상됩니다.  회원들을 격려하여 주시기 바라며, 무엇보다도 이럴 때 일수록 주님께 충실해야 하며 하늘의 축복이 우리 성도들의 가정에 필요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수확의 계절인 10월과 감사의 계절인 12월을 사이에 두고 있는 지금, 올 한해를 정리하며 축복이 약속된 계명인 ‘십일조의 법’이야말로 이 어려운 시기를 견딜 수 있는 방편임을 강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우리가 우리 주위에 가난하고 궁핍한 이웃들을 기억하며 자애롭기를 기억할 때에 참된 말일성도가 됨을 강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앨마서34:28~29) 나의 사랑하는 형제들아, 보라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이제까지 말한 대로 기도하는 것으로 족하다 생각지 말라. 너희가 이 모두를 행한 뒤에도, 궁핍하고 헐벗은 자를 외면하며, 병들어 신음하는 자를 찾아보지 아니하고, 너희가 무엇이라도 가졌을때 궁핍한 사람들에게 너희의 소유를 나누지 아니하면 너희에게 이르노니 진정코 너희가 이 가운데 하나라도 올바로 행하지 아니하면, 보라 너희의 기도는 헛된 것이라. 너희에게 유익을 가져 오지 아니할 것이요, 너희는 믿음을 거역하는 위선자같이 되리라. 그러므로 너희가 자애롭기를 기억하지 아니하면 너희는 정제하는 자가 쓸모가 없어 털어 내버리는 찌꺼기와 같으리니, 뭇사람들의 발아래 밟히게 되리라.

우리가 누군가를 도울 때 참된 그리스도인, 참된 성도가 됨을 강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아래의 이야기는 우리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야 말로 우리의 인품과 사람됨을 측정하는 진정한 잣대가 됨을 알려주는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축복하신다면, 바로 우리의 마음가짐과 이웃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지 않을까요? 늘 수고하시는 고등평의원 여러분과 가정에 주님의 축복이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00년 11월 12일

수원 스테이크장단 제2보좌 구승훈 형제

 

이 이야기는 서강 대학교 영문과 장영희 교수의 경험담 입니다.

‘A+ 마음’

… 나는 가끔 학생들의 발음을 교정하고 또 점수를 줄 기준을 확보하기 위해, 학기초에 학생들이 자주 범하는 발음 오류 몇 개를 지적하고 학기말까지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면 점수를 많이 깎고, 아무리 필기 시험을 잘 봐도 A를 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요새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만, 그래도 P 와 F, R 과 L 등의 발음은 여전히 어려워한다.  학기 내내 연습을 시키면 어느 정도 교정이 되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워낙 고질적 버릇이라 고쳐지지 않는 학생들도 있다.

이번 학기에 내 수업을 들은 ‘병진이’는 후자에 속해서, 본인이 무척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발음 교정이 쉽지 않았다.  워낙 성실하고 똑똑한 학생인지라 필기 시험에서는 항상 좋은 성적을 냈지만, 중학교 때부터 잘못 배운 발음을 이제 와서 고친다는 것은 좀 힘들어 보였다.

학기말 성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필기 시험도 썩 잘 봐서 수강생 중 2등을 했지만, 구두 시험에서는 P 와 F를 완전히 반대로 발음하는 바람에 거의 알아 듣기 힘들 정도였다.

그래서 어제 병진이의 성적을 매기며 B+ 와 A- 사이를 왔다 갔다 망설이다가 마침내 포기하고 성적 기록부를 연구실 책상 위에 두고 나왔다.

내가 병진이의 점수를 확정한 것은 오늘 아침 출근길, 신촌 로터리에서 였다.  대형 백화점 앞 횡단 보도 근처에서 신호들이 바뀌길 기다리다가, 차창 밖으로 한 노인을 보게 되었다.  어림잡아도 여든은 되어 보이는,  몸집이 아주 작고 깡마른 그 노인은, 추운 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지하철 역 입구에서, 골판지 조각 위에 웅크리고 앉아, 나무 부채 몇 개와 여성용 스카프를 팔고 있었다.

부채와 스카프, 겨울 품목으로는 이상한 선택이었지만, 아마도 그 노인의 앙상하고 쇠약한 몸으로 운반할 수 있는 물건들은 그것뿐이었는지도 모른다.  지하철역 입구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나오고 있었지만, 누구 하나 노인에게 눈길을 주는 이가 없었다.

노인도 팔겠다는 의지를 잃은 듯, 추위에 몸을 동그랗게 구부린 채 멍하니 지나는 사람들의 발만 보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곧 한 젊은이의 시선이 노인에게 계속 쏠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바로 병진이었다,  병진이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며 노인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다른 사람들이 길을 건너기 시작하자, 잠깐 망설이는 듯하더니 이내 몸을 돌려 노인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물건들을 잠깐 살펴보다가 부채 두 개를 집어 들었다.  병진이를 쳐다보는 노인의 눈에 갑자기 생기가 돌며 얼굴에 미소가 흘렀다.

만난 지 겨우 한 학기밖에 안 됐지만 병진이를 알고 있는 나는, 그가 한 겨울에 부채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추위에 떨고 있는 그 노인이 불쌍해서, 차마 그냥 갈 수가 없어 부채를 샀다는 것을 안다.

학교에 도착해 책상 앞에 앉았을 때 나는 어제 빈 칸으로 남기고 간 병진이의 성적란을 메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조금도 망설임 없이 나는 A라고 선명하게 써 넣었다.

까짓 영어의 P와 F발음쯤 좀 혼동하면 어떤가.  영어는 기껏해야 지구상의 3분의 1정도 인구가 알아듣는 말이지만,  불쌍한 노인을 보고 측은하게 느끼고 도와 주는 마음,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야말로 ‘A+마음’ 아닌가.  그 마음은 이 지구상의 모든 인간들이 – 아프리카의 피그미 족도, 북극의 에스키모족도 – 알아듣는 만국 공통어이다.

한마디 입 밖에 내지 않아도,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달되는 아주 효율적인 말이고, 학원이나 대학에 가지 않고도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잘 알고 있는 말이다.

누가 학문적인 자질 외의 다른 근거로 병진이에게 좋은 점수를 주었다고 비난한다면, 나는 할 말이 없다.  그러나 내가 가르친 적이 없는, 아니 가르칠 자격이 없는 만국 공통어를 그렇게 능숙하게 구사한 병진이에게, A보다 더 좋은 학점이 있다면 그거라도 주고 싶은 심정이다.

영어 발음 제대로 하는 A+ 지성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더 편리하고 효율적인 언어, ‘A+마음’도 가르쳐야 하는 것이 선생의 본분일 텐데, 병진이는 선생인 나보다 훨씬 더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지 않은가.

벌써 12월, 이제 곧 성탄절이 다가온다.  병진이의 본을 따라 나도 오랫동안 잊고 있던 만국 공통어를 되살려야겠다.